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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한 마당

자연으로 돌아간 일기장 9.19 2003

나는 십 대 후반부터 일기를 써 왔다. 지나고 나면 한 권 한 권 쌓인 일기장 꾸러미들을 보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생각과 짐스러움을 느낄 때도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지난날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다 잊어버린 것 같은 기억들이 때 묻고 먼지 쌓인 이 일기장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이 일기장들을 다시 한번 열어보고 정리하는 것이 좋다는데 이르렀다.

 

 

특별히 예수님을 믿고 전도하면서 교회들을 개척할 때 어려움은 말할 수 없었지만, 그때그때 주님께서 어떻게 도와주셨는지를 보면서 내가 믿는 주님은 나의 평생에 선한 목자셨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나이가 드는지, 이 쌓여 있는 일기장들이 짐스러워져서, 이 짐들을 내려놓고 가벼워지고 싶었다. 어쩌면 지는 해를 바라보면 마음이 바빠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번 캐나다에 갔을 때 목단강으로 가져온 일기장들 가운데 예수님을 믿고 살아온 40여 년의 날들만 정리하였다. 그리고 날을 정하여 한곳에 모아 놓고 한 줌의 재가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게 했다.
김제화

jewhakim@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