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식일 휴일 4. 12 Sat
오늘은 유대인들의 안식일이다. 유대인 관광업체도 쉬므로 우리도 쉬는 날로 자유의 시간이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바쁘게 돌아본 예루살렘의 유적지를 다시 차분하게 돌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함께 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모았더니 정회월, 김성자, 김영남, 김형숙 그리고 이용현이 따라나섰다. 우리가 머무는 Diplomat Hotel에서 예루살렘까지는 6Km 정도인데, 우리는 걸어서 기드론 골짜기를 따라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면서 주민들의 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동안 무리 가운데서 대충 보아온 예루살렘의 모든 것을 다시 보면서 정리하자고 함께하는 식구들과 의논하자 모두 좋다고 내 뜻에 함께하여 주었다.
▶ 기드론 골짜기
우리 호텔은 기드론 골짜기 남쪽 언덕 위에 있어서 기드론 골짜기를 타고 올라가면서 아랍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겉으로나마 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 시멘트로 된 부록 담과 철 대문이 한국과 같아서 친밀감이 느껴졌고, 아이들이 자전거 바퀴를 막대기로 굴리고 노는 것을 보니 옛날 나의 어렸을 때 생각이 났다. 마을로 내려가 기드론 냇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가는데 여기저기 무화과밭이 보였다. 우리 앞에 예루살렘 성은 저 멀리 높은 곳에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가 개울을 건너게 되었는데 드럼통을 실은 트럭에 아랍 사람들이 물을 퍼 담고 있었다. 그리고 일단의 양 떼들이 몰려와서 개울물을 마시느라 바빴다. 우리는 재미있어서 사진들을 찍는데 양을 모는 나이 든 여인이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든 막대기를 휘두르며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것 같았다. 모두 잘 알아듣지 못하니까 그대로 사진을 찍으니까, 이 여인이 화가 나서 막대기를 들고 달려오다가 길에서 손에 말똥을 주워들고 좇아온다. 모두 나 살리라고 도망을 가고 있었다. 나도 같이 몇 걸음 뛰다가 안 되겠기에 돌아서서 영어로 Stop it! 하고 소리를 지르니, 여자가 놀라서 멈칫 섰다. 나는 손을 저으면서 영어로 그러지 말라고 좋은 얼굴로 말하는데, 차 위에서 물을 퍼담든 남자들이 여자를 보고 뭐라고 큰소리를 치니 여자는 씩씩대며 돌아갔다. 자매들이 혼줄이 났다.
▶ 무화과나무 그늘에서의 휴식
아랍 여인 때문에 모두 놀라서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있었다. 마침 길가에 무화과 밭이 있어서 큰 무화과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도록 하였다. 잠시 쉬면서 모두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리고 지난 며칠 동안 바쁘게만 돌아본 예루살렘 성지순례는 지도를 보아도 모두가 어디가 어딘지 잘 모르고 있어서 나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지도를 가운데 펴놓고, 지금까지 다녀온 곳들을 지도 위에서 보면서 마음속에 새겨지도록 현장감 있게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가고자 하는 곳은 실로암 못, 감람산 위, 빌라도 법정, 그리고 시장을 거쳐 북쪽 다메섹 성문을 나가는 여정을 대강 설명해 주면서 잠시간의 휴식과 함께 좋은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 실로암 우물
이제 우리 앞에는 예루살렘의 높은 성벽이 올려다보이고 있었다. 우리는 예루살렘 성으로 올라가다가 실로암 우물에 왔다. 성 저 안에서 흘러나오는 찬물에 더위를 시켰다. 눈먼 소경이 여기서 눈을 씻고 밝아졌다는 성경을 생각하면서 내 눈도 더 밝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씻고 또 씻어 보았다. 아버지 다윗을 제거하고자 혁명을 일으켰던 망나니 압살롬 무덤을 지나게 되었는데 암벽을 파서 만든 것이었다. 기드론 시내는 그 당시 성에서 죽은 자를 버리는 곳으로 여겼던 곳이며 온갖 쓰레기 등을 버리고 태우는 곳으로 지옥을 비유할 때 "게헨나"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 황금 문(Golden Gate. 동문) 자비의 문
감람산에서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면 벽돌로 쌓아 막아 버린 문이 보인다. 이 문이 예루살렘 성에서 감람산을 바라보는 동문이다. 황금 문은 두 개의 문으로 되어있다. 하나는 ‘자비의 문’이라 하고 다른 하나는 ‘회개의 문’이라 한다. 예전에는 이 문은 성의 11개 성문 가운데에서 가장 아름다워서 '미문'이라고 불렀다. 이 문은 성전의 지성소에서 가장 가까운 나들이 문이었기 때문에 제사장들이 드나들던 문이라고 한다. 예수께서 나귀를 타시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던 문이다. 이곳에서 베드로와 요한이 구걸하는 장애인들에게 병을 낫게 하는 기적을 베푼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자비의 문'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오늘날에는 황금 돔이 있는 쪽이어서인지 황금 문이라고 부른다. 이 문은 1530년 오스만 튀르크 술레이만 대제가 이곳을 점령한 다음에 이 문을 돌로 막아버렸는데, 그것은 예수가 다시 오시면 이 문으로 입성한다는 전설에 따라 만일 재림하더라도 이리로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고 한 것이다. 유대인들은 에스겔 44장 1-3절의 말씀과 같이 메시아가 올 때 이 문이 열린다고 믿고 있어서 모슬렘들은 마지막 심판의 날이 이곳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마지막 날에는 이 황금 문 가까이에 있는 무덤부터 죽었던 영혼이 다시 부활한다고 믿고 있어서 누구나 황금 문 근처에 묻히기를 원해서 황금 문 근처와 건너편 감람산 기슭은 공동묘지가 되어버렸다.
▶ 사자의 문(Lion Gate)
우리는 이제 감람산에서 예루살렘 성 쪽으로 건너와성안으로 들어가려고 큰 성문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문의 이름은 사자 문이었다. 우리 유대인 가이드는 사자 문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고 들려주었다. “예루살렘을 정복한 오스만 터키제국의 술레이만 왕이 꿈에 4마리의 사자가 나타나서 그를 삼키려는 꿈을 꾸었다. 꿈을 해석한 사람은 왕에게 이 거룩한 성을 퇴락한 채로 내버려 두면 왕이 사자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술레이만 왕은 1537년에서 1542년에 걸쳐 성벽을 다시 건축하고 이 문에 사자 4마리를 그려놓은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이 부근에서 금요일마다 양(羊) 시장이 열려 이 문을 ‘양 문’(Sheep Gate)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사도행전 5:2에 “예루살렘에 있는 양 문 곁에 히브리말로 베데스다라는 못이 있는데”라고 말한 양 문이 지금 이 사자 문이다. 사자 문으로 들어가면 오른쪽에 성안나 교회가 있고 그 뒤로 유명한 베데스다 연못이 있었다. 또 오늘날에는 기독교인들은 초대 교회의 스데반 집사가 이 근처에서 돌에 맞아 순교했다고 하여 ‘스데반 문’이라고 부른다고도 한다. 그러나 실제로 스데반이 순교한 곳은 위쪽에 있는 북문인데, 1187년 모슬렘이 북문을 막음으로서 사자 문을 스데반 문으로도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기드론 골짜기 남쪽으로 내려가면 스데반 기념교회가 있다.
▶ 예수님 감방
우리는 감람산에서 걸어서 Lion gate(사자문)을 지나 들어가서 예수님이 재판을 받고 십자가를 지시고 떠난 빌라도 법정을 다시 보고 나오다가, 나는 길가에 있는 독일 루터 교회당 앞에 예수님의 감옥이란 간판을 보게 되었다. 나는 신기해서 우리 일행에게 설명해 주고 함께 보자고 했다. 교회당 Bell을 누르니 한 청년이 나온다. 구경을 좀 하자고 청하니 문 앞에 놓인 헌금 쟁반을 가리키며 먼저 헌금을 하라고 한다. 얼마나 해야 하는지 물으니 마음대로 하란다. 마침, 내 주머니에 있는 4 Shekel을 접시에 담으니 들어가란다. 바위를 올라 들어가니 캄캄한데 희미한 불이 들어왔다. 바위를 뚫어 의자 같이 만들어졌다. 들어가서 앉으면 밑으로 발목에 차꼬가 채워지고 양손은 양쪽 벽 차고에 각각 묶어놓게 되어 있었다. 우리는 지금까지 보지도 못했고 소개받은 적이 없는 예수님과 바라바가 함께 갇혀 있었다는 감옥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한 사람씩 들어가 앉아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불이 깜빡깜빡해서, 좀 기다리고 소리를 치고 겨우 한 장씩 찍고 나왔다. 그 밑 지하에는 바라바의 감옥이 있다고 했다. 헌금을 두둑이 해야 좀 더 오래 있을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경험이 없었으니까. 주님과 관계가 있는 곳은 로마 천주교가 거의 다 자기네들 기념지들로 만들었고 그 외에 여러 나라의 기독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저들의 기념 교회당들이 들어서 있었다. 가는 곳마다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었다. 성지 주변에 들어선 현대 건물들로 인하여 성지로서 자연스러운 맛은 사라져 가고 있었다.
♣ 두 곳의 예수님 무덤
예수님과 바라바가 갇혀 있었다는 감옥은 예루살렘에 두 곳에 있다. 하나는 우리가 본 독일 루터란 교회에서 관리히고 있는 곳이며, 다른 한 곳은 지금 성지 관광객들이 많이 들리는 곳으로 via dolorosa(십자가의 길) 2번 3번 사이에 있다. 이렇게 같은 이름의 유적지가 두곳 또는 그 이상으로 있는 것은, 성지의 한 구역을 차지하려는 여러 나라 기독교의 경쟁 때문이다. 그러나 나름대로 고고학적 발굴의 근거를 내세워 정당성을 내세운다.
♣ Damascus Gate(다마스쿠스 문) 북쪽 문
이 문은 북쪽으로 나아가는 곳으로 다른 문보다는 가장 왕래가 잦고 노점상들이 활기를 띠는 곳이었다. 우리는 장사꾼들로 몹시 붐비는 시장을 해치고 나와서 북문 다마스커스 문으로 나왔다. 고든 장군이 발굴하여 예수님의 무덤이라고 새로 꾸민 정원 무덤이 가까이 있다.
메마른 것 같은 이곳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과일이 있는지 신기했다. 특히 감람(Olive) 열매가 많았다. 과일 점에는 우리가 일찍이 먹어 본 적이 없는 신기한 열대 과일들이 우리 눈길을 끌고 있었다.
▶ 아랍 식당
다마스커스 성문을 나온 우리는 시장하여 아랍 사람의 식당에 들어갔다. 음식 주문이 쉽지는 않았지만, 영어로도 되어있어서 아랍식 점심을 시켜서 먹는데 정회월 자매가 내 점심값을 내주어서 고마웠다. 며칠간 따라다니며 순간순간 보던 유적지와 길들을 다시 돌아보면서 마음에 새기는 하루는 우리만이 누리는 큰 보람과 즐거움이었다. 이제 가면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성지를 이렇게 확인하고 배우는 보람 있는 하루였다. 어젯밤에 창문들을 열어 놓고 자는 바람에 밤에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서 나와 여러 사람들이 감기가 들었다.
▶ Bagel 빵
이 빵들은 Bagel이라 부르는데 무더운 지방에서 오래 보관할 수 있도록 물기가 거의 없는 마른 빵으로 나그네들이 길을 가면서 입에 뜯어 넣고 침으로 녹여서 먹는 것이다. 이 빵이 서양으로 건너가서 Bagel이 되었다.
▶ 정통 유대교인
정통 유대인은 수염을 자르지 않고 옆 머리를 길게 꼬아 늘어트린다. 이 전통은 삼손과 델릴라의 교훈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캐나다에도 토요일이면 유대인 회당이 있는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김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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