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기독교선교부

사후동 선교부 농장

산지 개간 프로젝트

산지를 개간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등고선(contour line) 법과 계단식(benching, terracing) 개간 법이다. 산야가 펑퍼짐하고 넓으면 등고선 법으로 개간하면 좋다, 그러나 경사가 진 산야는 계단식이 어울린다. 사후동 산야는 완만하지 않고 경사져서 Benching(계단식)식 개간을 하도록 하였다. 나는 작은 측량기로 등고선을 재면서 개간지를 정하였다. 쓸모없이 버려져 있던 산자락이 개간되면서 자연환경이 바뀌고 있었다. 또 잡목과 잡풀만 자라던 산야는 곧 풍요로운 농지로 바뀌고 있었다. 개간하는 일로 지난 가을과 이번 봄은 바쁘게 보냈다. 축사가 거의 다 지어졌을 때 매카피선교사가 거창 가지리에서 기르던 젖소와 양들을 데리고 염일부와 전 형제가 올라왔다. 전 형제는 거제도 출신으로 소를 관리하고 젓 짜는 일을 하고 있었다. 염일부 형제는 매카피의 양아들로서 양을 돌보다가 다음 해에는 관동대학으로 가게 되어 우리 곁을 떠났다.

                 

듀록 저지(Duroc George) 종 돈과 앙골라 토끼(Angora rabbit) 분양
개간이 어지간히 되면서 이른 시간 안에 땅을 기름지게 하기 위해서는 이동 돈사(豚舍)를 만들어서 돼지를 키워야 했다. 돼지는 온종일 먹고 땅을 파 뒤지기 때문에 두세 주에 한 번씩 옮기면 땅이 근방 거름기를 머금은 좋은 땅이 된다. 이 일을 매카피와 의논하였더니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면서 목수를 시켜서 이동 돈사 여러 개를 만들도록 했다. 그리고 매카피는 나에게 돼지 살 일을 의논하였다. 농업 기술학교 농축과 출신이고 한미재단 수료자인 나는 신 수입 품종인 듀록 조지(Duroc George) 종돈을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매카피에게 그 말을 하니 처음에는 정말! 하더니 너무 기뻐하면서 빨리 분양받아오라고 재촉하였다. 한국 분들은 발음이 어려워서 듀록 저지 또는 붉은 돼지라고 부른다. 이 돼지는 붉은색을 띠고 면역력이 좋고 잡식 종으로 빨리 자라서 상업성이 좋다. 한미재단을 통하여 우선 훈련받은 농촌 지도자에게 먼저 분양하고 있었다. 그리고 앙고라(Angora) 토끼도 분양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앙고라토끼도 분양받아 키우자는 나의 의견을 매카피도 흔쾌히 받아 주었다. 김규환 형과 함께 소사 한미재단에 가서 종 돈 3마리를 분양받았다. 새로 지은 이동 돈사에 돼지를 키우니 땅은 얼마 가지 않아서 기름진 땅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앙골라 토끼협회에 가서 앙골라 토끼 20여 마리를 분양받았다.

 

 

▶듀록 돼지(Duroc pig)

미국 동부가 원산지인 붉은 색 돼지로 귀는 서 있으며 가운데 부분이 앞으로 꺾어져 있다. 몸무게는 250~300kg이며 성질이 온순하고 체질이 강해서 사육하기 쉽다. 한미재단(AKF)에서는 한국 실정에 맞게 크는 속도와 번식력이 빠른 이 듀록조지 돼지를 들여왔다. 

 

저지(Jersey) 젖소

저지 젖소는 프랑스 노르망디 해안에 있는 영국 왕실령 저지섬이 원산지이다. 한우와 비슷하고 홀스타인 젖소보다 우유 생산량은 적으나 지방 및 단백질 비율은 더 높다.          

 

 

   

이제 사후동 목장에는 면양 50마리, 저지 젖소 4마리, 돼지 3마리, 앙골라 토끼 20마리로 보기 좋은 동물농장이 되어가고 있었다.

나는 돼지와 앙골라 토끼 키우는 일을 그리고 과수와 채소 키우는 일을 주로 했다. 해가 바뀌어 1965년 4월 산에는 울긋불긋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서 우리도 농사일에 바빠지기 시작하였다.

                             

돼지의 번식

종돈 돼지를 분양해와서 키운 지 일 년 뒤 한 어미 돼지가 새끼 13마리를 낳았는데 한 마리가 죽고 12마리가 튼튼하게 자랐다. 나는 이 새끼들을 휘파람으로 훈련을 시켜 놓아서,  낮에는 산으로 헤매며 놀다가도 내 휘파람 소리에 모두 달려오는 것은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나는 처음 돼지를 키우면서 부지런히 돼지 사육에 관한 책을 보면서 연구하였다.

 


앙고라토끼 (Angora Rabbit)

앙고라토끼털 (Angora rabbit hair)은 천연섬유로, 색이 희고 긴 털은 양털보다 가볍고 아름다워 다른 섬유와 섞어서 의복 재료로 쓰인다. 앙고라 토기들은 새끼를 낳아 80마리로 늘리면서, 한편으로는 털을 깎아서 서울에 있는 앙고라 협회에 가서 팔아 많지는 않지만 적은 수입은 일하는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앙고라 털은 주로 대구 제일 모직에서 수출용 고급 양복 천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어서 값도 괜찮았다. 이런 일들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고 주님의 일이라 생각하니 저절로 신났다. 해마다 깎는 20여 마리가 넘는 양들의 털도 처리가 문제여서 협회에 물으니 양털도 받는다고 하여서 팔기 시작하였다. 매카피는 이 일로 매우 기뻐하였다. 토끼와 양을 키워서 조그마한 수입이 생긴 것이다. 주님께서 기회를 주신다면 큰 목장도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앙고라토끼(Angora rabbit)는 튀르키예의 서울 앙카라(옛 이름 앙고라)가 원산지이며 1723년 프랑스로 가져가 프랑스 왕족의 인기있는 애완동물이 되었으며 18세기말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과일나무 심기

돌이 많아 개간되지 않은 낮은 산에는 구덩이를 파서 복숭아와  자두 과일 나무를 심었다. 그리고 개간지 한 두렁에는 포도를 심었다. 이 과목들은 3, 4년이 지나면서 넘치는 열매들을 선물해 주기 시작했다.

나는 매년 율북리 개척지에 나가 있으면서도 봄이면 사후동에 와서 과목들을 전지하면서 돌보아 주고 있었다. 한해 봄에는 내가 포도나무껍질을 모두 베끼고 가지를 치는데 매카피 선교사가 달려 올라왔다. 나에게 껍질을 다 벗기면 물을 빨아올리지 못해서 포도나무가 죽는다고 말리고 있었다. 그분은 지금 내가 포도나무를 다 죽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선교사는 모든 것을 나보다 더 잘 알지만, 과일나무에 대해서 만큼은 나한테 배워야만 했다. 다른 나무는 당신의 말이 맞다. 그러나 포도나무는 껍질로 물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줄기를 통해서 올라간다고 설명해 주고, 껍질은 그대로 놔두면 벌레들이 집을 짓고 살아서 줄기와 열매를 파먹기 때문에 반드시 베껴주어야 한다고 하자, 그는 머리를 ‘탁’ 치면서 다른 것은 내가 다 너를 가르치지만, 과일나무만큼은 너한테 배워야 한다고 하였다. 나는 그에게 가을에는 껍질을 다 벗겨놔야 껍질 속에 벌레 알을 낳지 않는다고 일러드렸더니 고맙다고 했다. 과일나무들이 자라면서, 나의 가지치기 기술도 그만큼 늘고 있었다. 이렇게 하여 농촌에 살 준비를 좀 하여 가는 듯했다. 농업학교에서 배운 쥐꼬리만 한 지식과 실습경험들을 적용하면서 함께 과수 책으로 열심히 배워 나갔다. 
                                             
사이로 (Siro) 만들기
겨울 가축 사료를 위하여 미국에서 들여온 Orchard Grass(수수종류 )와 옥수수를 많이 심었다. 그리고 가축의 발효 사료인 엔실리지 (Ensilage)를 저장할 사이로 (Siro)를 10M 높이로 두 개를 세멘트 벽돌로 만들었다. 벽돌로 쌓아 서양같이 보기 좋은 사이로는 아니지만, 농촌에서 가장 싸게 쉽게 만들 수 있는 사이로의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양딸 미자와 권외순

 

가축의 발효 사료인 엔실리지 (Ensilage) 만들기
8월에 잘 자란 Orchard Grass와 옥수수는 영양이 가장 많을 때여서 거두어들여 우리가 만든 자동기계로 잘게 썰어서 사이로에 넣으면서 통 안에서 밟아 다진다. 그러면 공기가 빠지고 잘 숙성되어 짐승들의 좋은 겨울 먹이를 저장하게 된다. 매카피 선교사는 옥수수를 이 기계로 자르다가 실수하여 손을 밀어 넣어 손가락 세 개가 끝 마디가 잘려나가는 사고를 당하였다. 


우리 농장이 알려지면서 여러 곳의 4H 회원들과 농민들이 견학을 오기도 했다. 혹 여럿이 모여오면 내가 그들을 안내하고 마지막 시간에는 꼭 한 번은 전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농사일과 더불어 전도하는 일들을 통해 나는 점점 전도자의 길을 가고 있었다. 특히 4H 회원들은 산지 개간과 싸이로에 큰 관심을 보여주었다. 누구든지 이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데, 그런 과학적인 머리가 안 돈 것뿐이었다.

 

수압차를 이용한 수도 시설

우물은 선교부 본부 건물이며 매카피의 이층 주택에서 약 250m 거리의 산 중턱에 팠다. 다행히 물이 잘 나았다. 플라스틱 호스를 집까지 연결하고 그 호스를 우물 안까지 가지고 내려가서 긴 호수에 먼저 물을 채우고 수고 꼭지를 열면서 물 호스를 우물물에 넣으면 중력에 의해서 물이 호스를 타고 흘러내려 저 아래에서는 수도 같이 사용하게 되는 원리이다. 그러다가 물이 끓기면 다시 같은 작업을 한 여러 번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높은 곳에 우물을 파고 낮은 곳에 집을 지으면 수압 차를 이용해서 우물물을 수돗물같이 쓸 수 있는 편리한 방법이다.

 

소 씨름

따스한 겨울 우리 형제들은 목장 마당에 모여서 수소를 넘어트리는 힘겨루기를 하는 것도 퍽 재미있는 일이었다.

 

김제화

'한국기독교선교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 기독교 선교부  (0) 2024.01.28
McCafee 선교사와 함께  (0) 2024.01.28
사후동 교회 개척  (0) 2024.01.28
퍼져나가는 복음  (0) 2024.01.28
사후동 생활  (0) 2024.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