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심과 사역의 동기
세파에 시달리며 싸우던 10대를 지나 이제 20대에 들어서자 주님은 내 인생을 간섭하시기 시작하셨다. 1962년은 내 나이 스물한 살로 내 인생에 있어서 삶의 방향이 바뀌는 획기적인 해였다. 그때 나의 가장 친한 친구 장한준이 인천 부평 Ascom 미국 국무성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Mr. Harry Birdsall 씨가 나를 만나 보고자 한다는 소식을 가지고 왔다. 이 분은 2년 전 친구가 나에게 그분을 만나게 해 주어서 알게 되었고 그동안 우표를 모으는 일에 도움을 받아 오고 있었다. 그분은 인천 부평에 있는 선한 사마리아 보육원을 후원하고 계셨고, 주말이면 원에 와서 아이들과 지내곤 하셨다. 그분은 나에게 선한 사마리아원 원장과 의논하여 직원으로 일하도록 해 놓았다고 하면서, 다른 데 가지 말고 여기서 일 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때 나는 갈 곳을 찾고 있던 차라 잠시 쉬었다 갈 생각으로 그분의 뜻을 받아들였다. 내가 이 년 전부터 Mr. Harry Birdsall을 가끔 만나면서 이분으로부터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느끼면서 스스로 주님께로 나아가고 있었다.
선한 사마리아원 1962. 5
원장이신 강태훈은 나에게 원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한 달에 6,000원을 주겠다고 하여서 그렇게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두 달이 안 되어서 화폐개혁으로 월급이 6,000원에서 600원이 되었다. 강 원장은 거듭난 뒤 복음을 전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계셨다. 나는 그분이 예수 믿는 분이라는데 별로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다. 그저 잠시 머물다가 이곳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부평교회당 짓기
내가 원에 취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강 원장은 원의 한 교실에서 원의 식구들과 이웃 사람들 몇 분을 모아서 성경 모임을 시작하였는데, 그때부터 나는 본의 아니게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였다. 나는 그 모임에 나가는 것이 몹시 싫었지만, 원의 직원으로 더욱이 그곳에서 함께 살면서 보란 듯이 안 나가는 것도 마음 편한 일이 아니어서 억지로 참석하곤 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웃에 계신 분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의 교육관 겸 예배당을 짓게 되었는데, 이 공사를 위해서 매일 미군 부대에서 트럭을 한두 대 내어 주었고 우리는 많은 날을 안양, 시흥, 신림동 쪽으로 모래를 실으러 다녔다. 그 모래는 벽돌공장에 팔거나 예배당을 짓는데 필요한 시멘트 불럭을 만들기도 하였다. 예배당의 기초부터 다 지을 때까지 나는 열심히 일했다. 새 예배당을 헌당하고 나서 나는 이제 떠나야겠다고 생각하고 갈 곳을 찾기 시작하였다.
성령의 역사
1962년 5월 강 원장의 설교 시간에 나는 로마서 6장 23절의 “죄의 삯은 사망이”라는 말씀을 듣고 나는 큰 의문을 가지게 된다. 죽음이 죄 때문이라? 이 궁금증은 내 마음이 하나님의 말씀에 사로 잡혀가는 첫걸음이 되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계시록 21장 8절에서 구원받지 못한 죄인들이 죽어서 영원한 저주의 장소인 불 못에 떨어진다는 말씀에 난 그저 놀랐다. 하나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조용히 역사하고 계셨다. 정말 저세상에 천당 지옥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나면서 날마다 이 문제를 생각하는 마음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믿어지지 않는 마음을 접어두고 잊어버리면 그만일 텐데 이젠 그렇지를 못했다. 버릴 수도 없고, 믿어지지도 않고 그래서 고뇌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때부터 나는 믿어지지 않는 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다 믿는데 나는 왜 안 믿어지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그러든 어느 날 문득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일어났다. 만일 죽어서 천당 지옥이 없다면 괜찮겠지만, 만일 있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 내 마음을 뒤덮고 있었다. 이런 번민의 생활은 6개월이나 이어지면서 11월에 들어섰다.
거듭난 (구원받은) 경험
1962년 11월 8일은 수요일 성경공부를 하는 저녁이었다. 이때 나는 예수 믿는 일에 대해서 가장 심각한 상태에 있었다. 이날 강 원장은 구원의 확신에 대해서 가르치고 계셨다. 여러 말씀을 읽고 공부하는 가운데 요한복음 5장 24절을 펴라고 해서, 나는 폈고, 강 원장은 내가 읽을 때 여러분은 마음속으로 따라 읽으라고 하면서 그분이 소리 내어 읽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내 말을 믿고 또 나 보내신 이를 믿는 자는 영생을 얻었고, 그리고 심판에 이르지 아니하나니”라고 읽는 순간, 아! 그렇구나! 하고 마음속으로 외쳤다. 성령이 내 마음을 감동해 주셨다. 뭔가 확 풀리는 그런 극적인 순간이었다. 예수님이 이미 십자가에서 내 죄를 다 용서해 주신 것을 믿는 자는 심판에 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내 마음이 밝아진(깨달아진) 것이다. 내가 안 믿어지고 번민하는 그 문제를 성령께서 믿어지게 해 주셨다. 할렐루야! 얼마나 고맙고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인가! 내가 주일학교 때부터 외우고 있던 요한복음 3장 16절에서 나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려고 십자가에서 돌아가신 예수님을 믿는 자는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었다는 사실이 이제야 영적으로 깨달아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제 사망에서 생명으로 옮겨진 자가 된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뒤로 지금까지 나는 한평생 구원 받은 이 사실을 의심하거나, 믿음이 흔들려 본 적이 없었다. 이런 깊은 믿음의 큰 확신을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송을 드린다. 이때부터 나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서 무엇이든지 다 믿어졌고 의심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믿어지지 않던 문제들이 그대로 다 믿어져서 마음이 평안하게 되었으니 놀라울 뿐이었다. 성령의 크고 크신 은혜였다. 집회가 끝나고 내 방에 돌아와서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의 평안을 이전에 느껴보지 못하던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잠이 깨었을 때, 내 마음속에 넘치고 있는 평안을 느꼈다. 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니 모든 것이 정돈된 것 같고 고요와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왜냐하면 매일 아침, 내가 눈을 뜨면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지겨움의 감정을 가지곤 하였는데, 오늘은 모든 잡념이 물러가고 아주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었다. 나는 주님께서 이 부족한 자를 그의 은혜의 품에 두셨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제일 먼저 찾은 사람은 박흥식이라는 어린 형제였다.
박흥식 형제
내가 그를 제일 먼저 찾은 데는 그럴만한 일이 있었다. 그는 몸이 부자연스러운 형제로 한쪽 팔과 다리는 약간 부자연스러웠고, 말을 할 때면 입이 일그러졌다. 그러나 그는 예수님을 진실로 믿고 사랑하는 형제였다. 내가 원에 들어온 뒤로 그가 가끔 나에게 예수님을 믿으라고 전도를 해서, 나는 그를 욕하면서 꿀밤을 때려 주기도 했다. 그때 원생들은 후원하는 미군의 도움으로 많은 아이가 우표를 모으는 일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흥식이도 우표를 많이 모으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보내온 좋은 우표책과 아름다운 우표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들의 방을 돌아보다가 한 방을 지나가다가 보니 여러 명의 아이가 모여 있어서 방에 들어가 보니 우표책들을 펴 놓고 보고 있었다. 내가 보니 흥식이 우표책에는 아주 예쁜 꽃으로 된 다섯 장의 우표가 보였다. 나는 그에게 이 우표 나 줘,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때 그는 사양하지 않고 예수님을 믿으면 주겠다고 말했다. 나는 그래, 하고는 네 장의 우표를 가져다가 내 우표 앨범에 끼우고 좋아했다. 그리고 나는 예수를 믿지 않았다. 그 우표는 중국의 포르투갈령 마카오 우표로 중국 남방에서 피는 아름다운 열대의 꽃 우표였다.
▶ 마카오(Macau) 중국 이름은 오문(澳门 aomen)이다. 1888년 포르투갈 식민지가 되었다가 1999년 12월 20일 중국에 돌아옴.
어젯밤 주님을 영접하고 나니, 그 형제가 제일 먼저 생각이 난 것이다. 나는 그에게 내가 구원받은 이 기쁜 소식을 알려 주고 싶어서, 그의 방에 가서 흥식아! 하고 바삐 부르니, 그는 겁에 질려서 조심스러워했다.. 나는 그의 손을 붙들고, 흥식아, 나 어젯밤에 예수님이 나의 구주이신 것을 믿게 되었어, 구원을 받았다.”라고 말하니, 그는 너무 기뻐했다. 이제 네 우표를 돌려주겠다고 하니, 그는 받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이 우표들을 잘 간직하면서 주님을 사랑하는 흥식 형제의 아름다운 마음을 생각하곤 한다. 부평교회는 내가 영적으로 태어난 어머니 교회이며, 믿음의 고향이다.
전도자로서의 동기
구원받은 뒤 나는 성경을 읽는 것과 기도하는 생활을 통해서 내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었으며, 또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구원받자마자 성령은 사도행전 1장 8절을 통해서 나 같은 인간을 죄에서 구원하여 주시려고 자신의 목숨을 버리신 주님의 아름다운 사랑과 그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마음이 일어나고 있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 사도행전 1:8
한번 왔다 가는 나그네 같은 인생, 무엇을 위해 살다가 무엇을 남기고 가느냐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나에게 영원하고 참된 세계를 열어주시고, 새 생명의 힘을 불어넣어 주신 주님의 복음을 위해 사는 것이 내가 살아야 할 이유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성경을 읽는 동안 사도행전에서 위대한 사도 바울의 생애에 커다란 감명과 도전을 받게 되었다. 전투적이고 모험적이며, 온갖 고난을 맞아 투쟁하면서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만 향하여 나아가면서 복음의 세계를 넓혀가고 있는 그분의 삶에 나는 깊이 빠지게 되었다.
“나의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 증거 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을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사도행전 20:24
또 신약성경 디모데전서를 읽다가 내 인생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나는 이 말씀에서 돈 버는 일은 하지 않고 오로지 복음 전하는 일에만 전념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탐내는 자들은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 " 디모데전서 6:10
어떻게 생각하면, 젊은 사람이 현실을 바라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내가 깨달은 것은, 인생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으며, 풀잎에 내린 이슬 한 방울 같고, 뜬구름 같다는 것이다. 이런 인생에 매여 허덕이지 말고 미련 없이 복음을 전하여 구원받은 영혼들이 주님께로 돌아와 기뻐하는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내 삶의 기쁨이요 행복이라고 깨달았다.
담배여∼ 안녕
어지러운 세상을 살면서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담배와 술을 가까이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 태권 부 친구들과 함께 3일간이나 정학을 받으면서도 끊기를 거절했던 담배도 주님의 은혜로 여섯 달 만에 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나와 가깝던 술친구들을 찾아가서 예수님을 믿으라는 복음을 전하면서 술친구와 함께 술도 멀어졌다. 전도하고자 하는 욕망이 날마다 끓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주어진 모든 일을 주님께 하듯 성실하게 하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이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거친 행동과 말들을 서슴없이 하던 내 삶의 모습이 빠르게 변하여 가고 있다고 좋게 말들을 하여 주곤 하였다. 주님의 은혜가 나를 바로 잡아 주고 계셨다. 위에 든 세 하나님의 말씀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되면서, 나는 사도 바울의 위대한 생애를 조금이라도 흉내 내며 살고자 스스로 전도자의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영적 즐거움과 축복들
하나님의 자녀로 거듭난 지 두 달이 못 되어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다. 육신으로 태어난 내 인생은 이제 지나가고 진정 내 인생은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시작되고 있었다. 10대에 생(生)의 고뇌와 삶의 무상을 독백한 탓에,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얻은 영생에 대한 기쁨과 감격은 나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날 구원하여 주신 그리스도의 은혜를 위하여 내 삶을 바쳐 헌신하고 살려는 열의가 불같이 일어나고 있었으며, 육신에 붙은 취미와 습성, 말투 등이 빠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었다. 구원받은 후 침례를 빨리 받고자 강 원장님에게 청하였더니 내년 봄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받자고 침례를 미루어 주는 일에 마음이 좀 불만스러웠지만 순종하고 기다렸다. 비록 내 인생이 21년을 살아오기는 했지만, 세상의 많은 경험을 해 보았다. 그 삶이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만 살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리스도 안에서 새 삶을 얻고 희망찬 저 앞을 바라보면서 할 일이 생겨서 이렇게 벅차고 감격하기만 하다. 나는 내 삶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것을 좋아하였는데, 올해도 크리스마스 선물로 일기장 한 권을 받았다. 이제 그리스도 안에 살게 된 나의 믿음의 삶을 잘 써 내려가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올해 크리스마스는 다른 어느 해 보다도 참 구주를 기억할 수 있는 복된 생애의 기쁨을 나눌 수가 있어서 감사했다.
김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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