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은 전남 담양에서 발원하여 광주, 나주, 영암을 거쳐 목포까지 122km를 흐른 뒤 바다에 이르는 호남의 젖줄이다. 영산포는 나주시에서 3Km 거리에 있는 영산강의 내륙항인 영산포구로 옛 항구 이름이다. 고려 때로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뱃길이 시작되는 영산포구는 주변 지역에서 생산된 여러 산물이 모이는 곳으로 제법 큰 마을을 이루었으며 내륙에서 바다를 통한 해상 운송업이 발달하였다. 영산포의 유래는 1363년 고려말 공민왕 때 신안군 흑산도에 딸린 조그마한 섬 영산도 사람들이 왜구의 약탈을 피해서 영산강 하류인 이곳에 살게 되면서 영산포라는 마을이 생겨났다. 그러나 1981년 영산강하굿둑(榮山江河口둑)이 완공되면서 영산포의 항구 시설과 뱃길이 사라지면서 영산포라는 이름만 남게 되었다. 그때 포구를 오가는 배들을 위해 불을 밝히던 영산포 등대는 이제 불이 꺼진 채로 영산강 언덕에 지난날의 많은 사연을 안은 채 외로이 홀로 서 있다.
▶하구둑(河口둑, Estuary Bank)-바닷물이 올라오지 못하게 하고 강물이 바다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쌓은 둑(댐)
나주에서 영산강의 영산대교를 건너면 교각 밑으로는 영산강 포구 선착장이 있고 재방 너머 영산동 일대에는 나주의 특산물인 홍어 음식점들이 늘어선 홍어 거리가 있다.
홍어
먼저 홍어에 대해서 알아보자. 홍어는 가오릿과 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로, 원래 이름은 ‘참홍어’ 다. 몸길이는 150㎝ 정도로 몸체는 길쭉한 마름모꼴이고 주둥이는 뾰족하게 돌출되어 있다. 홍어는 깊이 80~100m의 바다에서 사는데 서해 대청도에서 흑산도 울릉도 독도 등에 퍼져 있다. 흑산도에서 잡히는 홍어를 가장 좋은 것으로 치며 겨울에서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다. 홍어 요리는 전라도에서는 사랑받는 음식으로 다음과 같은 속담이 있다. ‘홍어 없는 잔치는 잔치도 아니다’ ‘죽은 조상 홍어 냄새 맡고 제삿집 찾아온다’ 등. 홍어는 암놈이 크고 쫀득하니 맛도 좋아서 가격이 비싸며, 수놈은 몸집이 작고 뼈가 억세고 맛도 덜하여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삭힌 홍어의 유래
흑산도의 영산도 사람들이 육지로 이주는 했지만, 생업은 흑산도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 300여 리 바닷길을 오는 동안 무더운 날씨로 모두 상하곤 하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썩었다기보다는 삭혀진(발효) 것이다. 홍어가 비록 냄새는 고약하지만 먹어 보니 새콤하고 톡 쏘는 맛이 별났고, 또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이 점점 먹다 보니 삭힌 홍어가 영산포의 특산물이 되었다.
▶구린내 나는 음식 소개
한국의 전통 음식 가운데는 구린내가 나는 대표적인 음식은 청국장과 삭힌 홍어이다. 흥미롭게도 각 나라에는 구린내가 나는 썩은 음식들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 스웨덴의 수르스트뢰밍(청어 통조림), 태국, 중국의 드리안 열매, 그린란드(이누이트)의 카비악(바닷새로 만든 발효음식), 아이슬란드의 하우카르들(상어를 발효하여 건조한 음식), 이탈리아의 카수 마르주(casu martzu 썩은 치즈) 중국의 취(썩은) 두부(臭豆腐, chòudòufu)
▶썩 두부 臭豆腐(chòudòufu)
취(썩은) 두부는 초록색을 띠는데 중국 시장에서는 얼마든지 살 수 있는 음식이다. 썩 두부의 유래는 청나라 강희제 시절 왕치화(王致和, 왕즈허)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음식으로 전해져 오고 있다. 그는 원래 과거시험을 치르기 위해 안후이성에서 베이징으로 상경했으나 과거시험에 낙방하자 그냥 눌러앉아 두부 장사를 생업으로 시작했는데 덥고 습한 여름에 팔고 남은 두부가 상해서 버려지는 것이 아깝다고 여긴 그는 상한 두부를 재활용할 여지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취두부를 개발했다고 한다.
삭힌 홍어 요리
홍어 요리의 별미는, “홍어 삼합”이다. 홍어에 삶은 돼지고기를 얹고 그 위에 묵은김치를 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만일 나주에 왔다가 “홍어 삼합”을 안 먹어 보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나는 어렸을 때 가정에서 원시적으로 만든 삭힌 홍어를 먹어 본 적이 있다. 원래 삭힌 홍어는 퀴퀴한 구린내의 독한 냄새가 역겨워 제정신으로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전라도 사람들만 즐기던 삭힌 홍어를 상품화하여 다른 지방 사람들의 입맛에도 맞추려고 삭힌 홍어의 퀴퀴한 맛을 순화시키고 다른 음식 재료와 어우러지게 하여서 누구든지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코스 메뉴로 개발하였다. 홍어는 연골어류라 뼈 채 먹으며 버리는 부위가 없다. 홍어의 제일 맛있는 부위는 코, 날개와 꼬리, 몸통 순이라고 한다. 홍어는 회로, 무침, 찜, 전, 그리고 홍어삼합 등 여러 가지로 만들어 먹는다. 홍어 애(간)도 소금 참기름에 찍어 먹고, 아가미는 젓갈을 담가 먹고, 홍어 껍질도 조물조물 무쳐서 먹는다.
재미있는 것은 삭힌 홍어를 먹은 뒤 입에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없애도록 화장실에는 칫솔과 치약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영산포 홍어 집
홍어 거리에서 우리가 찾은 집은 '영산포 홍어' 집으로 여기에서 우리는 코스로 나오는 여러 가지 홍어 요리의 진미를 맛보았다.
이 식단은 홍어 삼합을 기본으로 차려진 것이고 먹는 동안 부위별로 몇 가지가 더 나와서 흥미를 돋운다.
흑산도 홍어와 외국산 홍어
한국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먹거리들로 국산이냐 아니냐를 두고 끊임없이 말들이 많다. 홍어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흑산도 바다에서 잡히는 홍어가 수요를 따르지 못하자 칠레와 알래스카의 홍어가 대신하고 있다. 흑산도 홍어는 1kg에 20~30만 원인데 비해 외국산은 6~7만 원이라고 한다. 우리가 모처럼 기대하고 먹어 보려는 영산포 홍어 요리의 홍어가 어디서 온 것이냐를 묻지 말고, 영산포에서 먹는 홍어는 다 흑산도 홍어라고 여기면 만사가 편하리라 믿는다.
※ 사진 자료 등 사이트 제공
김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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